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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할 의무, 쉴 권리

전에 있던 게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.

출시를 앞두고 벌어진 QA에서 버그가 발생이 되어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주말에 팀 전체가 근무를 했다. 일하기 싫어하는 팀을 일정을 위해서 같이 일하자고 독려를 했고, 추후에 일한 만큼 휴가를 주기로 했다. 결국 그렇게 일을 했지만 버그는 해결이 안 되었고, 출시는 연기가 되었다. 그러나 일단 출시가 된 이후 나는 특별 휴가 결재를 올렸다. 그러자 이사님이 나를 불렀다.

대화의 요지는 왜 휴가를 주어야 하냐는 것이었다. 나는 휴일에 일을 했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고 했고, 이사님은 휴가 없이 주말에 일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. 결국에는 일정도 못 맞췄는데 무슨 휴가냐는 것이다. 나는 결과야 어떻게 되었던 일을 했고, 그 일에 대한 보상으로 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. 그러자 이사님은 내가 팀을 자발적인 주말 근무로 유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 했다. 주말 근무에 대해서 추가 수당을 줄 것도 아니면서 자발적인 주말 근무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. 이사님은 선례를 남겨서 다른 팀에서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까봐 걱정을 했다. 결국 협상을 해서 내 휴가를 반납하고 팀원들은 원래 이틀 쉬기로 한 것을 하루만 쉬기로 했다.
 
어제 있었던 일이다.

시니어 프로듀서가 어제부터 이틀 간 휴가에 들어 갔다. 그런데 월요일에 전달받지 못한 사항이 있어서 아트 디텍터와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 전화로 그 사실을 물어 보려고 했다. 아트 디렉터가 만류를 한다. 전화 하지 말라고... 왜? 지금 그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. 쉬는 것. 실제로 시니어 프로듀서는 구정 동안 일을 했고 대신에 이번주 이틀을 쉬는 것이었다. 절대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한다. 하긴 나도 지난 구정 한주를 다 쉬었지만 한번도 회사에서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.

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산다. 회사원으로써 돈을 받고 일하면서 가지는 의무는 일할 의무이고,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 쉴 권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. 단지 주 5일 근무는 경제와 레저 산업의 발달을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으로 주중 일을 더욱 잘하도록 시작이 된 것이다. 자신의 일을 주중에 더욱 잘하기 위해서 쉬는 날은 푹 쉬도록 배려한다. 이것이 우리 회사의 방침이고 어떻게 보면 서양식 컨셉이다.

위의 두 예에서 볼 수 있듯 한국에서 가지는 휴식에 대한 의식과 여기서 가지는 의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. 개발자를 배려하는 것과 달리 이 부분에서의 의식은 의무와 권리로 구분이 된다. 첫 번째 예의 휴가는 일한 것에 대한 보상 개념이 크고, 두 번째의 예의 휴가는 당연한 권리의 행사로 본다. 

대체 내가 일하고 내가 쉬겟다는데, 나 할일 다 하고 쉰다는데 그것도 나에게 주어진 휴가 안에서 쉰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? 회사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. 얄팍한 숫자의 계산이다. 이 사람이 하루 일을 안하면 발생하는 비용, 그로 인해서 발생할 프로젝트의 차질 또는 문제점 발생 시 대응의 늦어짐 등등.. 그러나 동의는 하지 않는다.

나는 일 할 의무를 다했고, 따라서 쉴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. 그리고 그 기간 사이에 발생 예상되는 문제점은 미리 이야기하고 합의를 본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. 기본적으로 응급 상황이 아니면 휴가는 일주일 전에 신청을 해야하고 그 날짜에 휴가가 안 될 것 같으면 해당 매니저가 당사자에게 왜 안 되는지 사정을 설명하고, 날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. 휴일에 일한 부분의 추가 휴가도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친다. 한국의 회사의 예 경우, 나는 휴가 발생 일주일 전에 결재를 올린 것이다. 그리고 팀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이틀 정도를 이사님과 협상을 벌려야 했다.

가끔 한국 개발사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,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너무나 근시안적인 발상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. 연봉을 준 이상 하루라도 더 부려먹고 싶은 것이다. 개발자는 수당 없이 연봉을 받으니 하루라도 일을 덜 하고 싶은 것이다. 솔직히 이 문제가 애초에 문제가 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. 내 기준으로 본다면 일한 만큼 쉬는 보장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. 

일단 나는 지금까지 이 의무와 권리의 논리를 주장해 왔다. 내가 워낙 강경한 성격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, 대부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먹혀 왔다. 그렇지만 회사는 대부분 여기에 결과론을 연결시킨다. 훌륭히 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결과도 못내면서 무슨 휴가냐는 것이다. 그렇지만 이 설정 목표가 대부분 회사의 일방적인 사정에 의해서 변경되어 애초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우겨서 밀어 붙힌 경우가 100%인데, 이런 식으로 말하면 더욱 깊숙한 원죄의 토론으로 빠져 버리게 된다. 내가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. ^^;; 

내가 이런 결과론에 당당한 것은, 나는 과정론자이고, 나 자신이 나의 일과 팀의 업무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. 나는 내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내 권리를 당당히 이야기 한다. 하지만 내가 본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 있다. 그리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는 사람도 있었다. 이런 부분이 회사에 빌미를 주는 것이다. 즉, 소수 권리만 누리려는 사람 때문에 대다수 의무를 다 한 사람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다.

이제부터 자신의 의무에 자신이 있다면,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으면 한다. 여기에는 자신의 의무를 먼저 충실히 하라는 전제가 있다. 회사가 먼저 배려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, 반드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는 토론으로 들어가게 된다. 그냥 내가 먼저 하면 속 편하다. 회사는 경제 논리로 움직이는 곳이다.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곳이다. 개발자가 먼저 의무를 다하고 당당하다면 회사는 할 말이 없다.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쉬자.
이글루스 가든 - 게임 기획자로 성공하기

by 하은이아빠 | 2008/02/13 17:10 | 나의 게임 | 트랙백 | 덧글(4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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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돌다리 at 2008/02/13 17:19
공감합니다~
Commented by async at 2008/02/13 17:44
공감합니다!!
Commented by smuffy at 2008/02/18 20:45
면접 때 3~4일 밤새면서 일할 수 있다고 객기부리던 때가 생각나네요.ㅋ
Commented by 박정민 at 2008/02/22 11:00
공감 근데 무조껀 놀려고 하는 진상 있으면
ㄷㄷㄷ 인데 ㅠㅠ ㅋㄷㅋㄷ ^*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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